Dialogue · Vol.12
불안과 함께 걷기
가상의 인터뷰이 서지호 씨(34) — 오랜 불안을 없애려 애쓰다, 함께 걷는 법으로 방향을 바꾼 사람. 구성 인터뷰입니다.
그는 불안을 적이라 부르지 않았다. 오래 함께 산 동거인을 대하듯, 차분히 그 이름을 불렀다.
2025년 11월 · 토요일 오전 9:40
Q불안을 ‘없애려’ 하지 않게 된 계기가 있나요?
서지호
없애려 할수록 더 커졌거든요. 불안한 게 불안해지는 악순환이요. 어느 날 ‘이걸 평생 못 없앨 수도 있겠다’고 인정했더니, 역설적으로 한결 가벼워졌어요. 싸움을 멈추니까 비로소 같이 걸을 수 있더라고요.
오전 9:48
Q불안이 몰려올 때 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?
서지호
심장이 뛰고 호흡이 얕아지고, 머릿속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득 차요. 그때 저는 먼저 몸을 챙겨요. 발바닥이 바닥에 닿은 감각, 손에 쥔 물건의 무게 같은 걸 의식하면 폭주하던 생각이 ‘지금 여기’로 돌아와요.
오전 9:56
Q생각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 멈추는 방법이 있나요?
서지호
‘그래서 어떻게 될까?’를 끝까지 따라가 봐요. 머릿속에서 도망치면 불안은 더 커지는데, 끝까지 상상해 보면 의외로 ‘그래도 살아는 있겠네’ 하는 지점이 나와요. 최악을 마주 보면, 그게 생각만큼 거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.
오전 10:04
Q일상에서 불안을 낮추는 루틴이 있다면요?
서지호
규칙적인 게 제일 큰 약이에요.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, 카페인을 줄이고, 매일 걷는 것. 불안은 불확실을 먹고 자라는데, 예측 가능한 하루는 그 먹이를 줄여 줘요. 화려한 기법보다 지루한 규칙성이 더 효과적이더라고요.
오전 10:12
Q‘생각이 너무 많다’는 말,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세요?
서지호
예전엔 상처였는데 지금은 특성으로 봐요.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기도 하니까요. 다만 그 감지기가 너무 예민하게 맞춰져 있을 뿐이에요. 끄는 게 아니라, 민감도를 조금 낮추는 게 제 목표예요.
오전 10:20
Q약이나 상담에 대한 생각은요?
서지호
저는 한동안 상담을 받았고 도움이 컸어요. 불안을 혼자 감당하려는 것도 일종의 고집이더라고요.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가듯, 마음이 버거우면 전문가를 찾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. 그건 약함이 아니라 관리예요.
오전 10:28
Q불안 덕분에 얻은 것도 있을까요?
서지호
조심성과 공감이요. 저는 남의 불안을 잘 알아봐요. 같은 자리를 지나봤으니까요. 그리고 매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됐어요. 평온한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, 불안한 사람이 제일 잘 알거든요.
오전 10:36
Q불안한 사람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면?
서지호
‘그냥 생각하지 마’요. 그게 되면 불안이 아니죠. 그 말은 ‘네 고통은 의지 문제’라는 뜻으로 들려요. 차라리 ‘많이 힘들겠다, 내가 옆에 있을게’가 백 배 나아요.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냥 곁에 있어 주세요.
오전 10:44 · 인터뷰 말미
Q오늘 불안한 누군가에게 건넬 한 문장은?
서지호
“불안하다고 해서, 네가 약한 게 아니야. 너는 지금도 그걸 안고 하루를 살아 내고 있잖아.” 불안을 안고 사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용기예요. 없애지 못해도 괜찮아요. 함께 걸어도 충분히 멀리 갈 수 있어요.
본 인터뷰의 인물·대화·장소·이미지는 창작된 가상 콘텐츠입니다. 현실 인물·사건과의 연관은 의도하지 않으며, 편집 과정에서 문장의 순서와 호흡을 다듬었습니다. 재인용 시 출처(여백)와 본 고지를 함께 밝혀 주세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