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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ialogue · Vol.16

퇴사 그 후의 빈 시간

가상의 인터뷰이 정다은 씨(35) — 번아웃으로 일을 그만둔 뒤, 텅 빈 시간을 회복으로 바꿔 온 사람. 구성 인터뷰입니다.

퇴사 그 후의 빈 시간 인터뷰 표지 (여백 추상 커버 · 실제 인물 아님)
여백 추상 커버 · 실제 인물 아님 ·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.

그는 쉬는 법을 몰랐다고 했다.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, 그에겐 가장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었다.

2025년 11월 · 토요일 오전 9:40

Q

퇴사 직후, 가장 의외였던 감정은 무엇이었나요?

정다은

해방감일 줄 알았는데 불안이었어요. 매일 아침 갈 곳이 없다는 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 줄 몰랐어요. 일이 곧 저였던 거죠. 그래서 ‘나는 일하지 않으면 누구인가’라는 질문 앞에서 한참을 헤맸어요.

오전 9:48

Q

쉬는데도 죄책감이 들진 않았어요?

정다은

엄청났어요. 누워 있으면 ‘이러면 안 되는데’ 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. 번아웃으로 멈췄으면서도 쉬는 법을 모르더라고요. 그래서 ‘쉬는 것도 회복이라는 일을 하는 중’이라고 저에게 자꾸 말해 줬어요.

오전 9:56

Q

텅 빈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어요?

정다은

처음엔 일부러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어요. 생산성으로 빈 시간을 또 채우면 똑같이 지칠 테니까요. 그냥 늦잠 자고, 산책하고, 멍하니 있었어요. 신기하게 그렇게 두세 주가 지나니까 몸이 먼저 ‘이제 좀 움직이고 싶다’고 신호를 보내더라고요.

오전 10:04

Q

번아웃이 보낸 신호를 그동안 왜 놓쳤을까요?

정다은

다 알면서 무시했어요. 잠이 안 오고, 아무것도 즐겁지 않고, 사소한 일에 눈물이 났는데도 ‘다들 이렇게 산다’며 버텼죠. 몸이 비명을 지르는데 정신력으로 누른 거예요. 그 빚을 결국 한꺼번에 갚게 됐고요.

오전 10:12

Q

수입이 없는 불안은 어떻게 다루셨어요?

정다은

현실적인 부분이라 가장 무서웠어요. 그래서 퇴사 전에 최소 몇 달 버틸 돈을 준비해 뒀고, 그게 회복의 안전망이 됐어요. 돈 걱정이 깔려 있으면 마음이 절대 못 쉬거든요. 쉼에도 준비가 필요하더라고요.

대화 중간 장면 보조 이미지 (여백 추상 커버)
대화 중간 · 장면 보조 이미지

오전 10:20

Q

주변의 ‘다음 계획이 뭐냐’는 질문은 어땠나요?

정다은

제일 부담스러웠어요. 빈 시간을 빨리 채우라는 압박처럼 들렸거든요. 그래서 ‘지금은 회복이 제 계획이에요’라고 답했어요. 다음을 정하지 못한 게 아니라, 정하기 전에 나를 추스르는 중이라고요.

오전 10:28

Q

회복되고 있다는 걸 어떻게 느끼셨어요?

정다은

다시 호기심이 생기는 걸로요. 어느 날 책이 읽고 싶고, 사람이 만나고 싶고, 새로운 게 배우고 싶어지더라고요. 번아웃의 핵심이 ‘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음’이었으니, 하고 싶은 게 생긴다는 건 분명한 회복의 신호였어요.

오전 10:36

Q

다시 일터로 돌아갈 때 무엇을 바꾸기로 했나요?

정다은

‘일이 나의 전부가 되지 않게’ 하는 거요. 일 밖에도 나를 채우는 것들 — 관계, 취미, 쉼 — 을 먼저 자리 잡게 했어요. 그래야 일이 흔들려도 내가 통째로 무너지지 않으니까요. 경계를 갖고 일하는 법을 다시 배웠어요.

오전 10:44 · 인터뷰 말미

Q

지금 번아웃 직전인 사람에게 한 문장을 준다면?

정다은

“멈추는 건 지는 게 아니라, 더 오래 가기 위한 정비야.” 끝까지 버티다 부서지는 것보다, 일찍 멈추고 정비하는 게 훨씬 빨라요. 당신의 가치는 생산성으로 매겨지지 않아요.

본 인터뷰의 인물·대화·장소·이미지는 창작된 가상 콘텐츠입니다. 현실 인물·사건과의 연관은 의도하지 않으며, 편집 과정에서 문장의 순서와 호흡을 다듬었습니다. 재인용 시 출처(여백)와 본 고지를 함께 밝혀 주세요.